지난여름, 다양한 문화기획을 통해 강화도의 뉴-로컬 라이프를 만드는 강화유니버스. 무궁무진스튜디오는 강화유니버스와 협업하여 '강화로 떠난 싱어송라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강화로 떠난 싱어송라이터'를 통해 강화도를 방문한 여덟 팀의 뮤지션은 동네 가게와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로 노래로 만들었어요! 매주 토요일 정오에 한 곡씩 발매되고 있는 강화도 여행기를 소개해드릴게요. 오늘의 노래는 최용수의 기왕이면 해피엔딩(Feat. 만쥬)입니다.
기왕이면 해피엔딩
(Feat. 만쥬)
최용수
with 공간 그리고
'공간 그리고'는 강화도에 위치한 창작자 공유 공간으로, 쉼을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입니다. 한 달에 한번, 일주일씩 비용 없이 예술인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기도 하는 곳이에요. 뮤지션 최용수는 강화도에서 '공간 그리고'의 운영자이자 예술인이기도 한 전윤환 연출가와 만났습니다. 전윤환 연출가는 최근 발표한 1인극 '자연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공간 그리고의 두 운영자.
"(연극 '자연빵'은) 공연장에서 실시간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해요. 관객들이 티켓값으로 낸 돈 전부를 걸고 화면에 실시간 변동추이를 띄워서 관객과 함께 확인합니다. 동시에 옆에서는 오븐으로 빵을 굽고요."
"왜 지금 청년세대가 불안할 수 밖에 없고 불안한 미래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지. 이런 세대와 징후를 만든 것은 누구인지 등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었습니다."
- 공간 그리고 전윤환 연출가 이야기 중
빗질 받는 공간 그리고의 고양이들.
실시간 투자 손익 차트를 옆에 두고 하는 매우 생소한 연극 뒤에는 삶의 불안함과 불확실성에 대한 질문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대화가 서울의 예술가와 강화도의 예술가가 이어지는 지점이 되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삶의 본질은 불안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는 게 삶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5분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 뮤지션 최용수 이야기 중
공간 그리고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최용수.
텃밭을 가꾸고, 동네 주민분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 전윤환 연출가에게 강화도에서의 삶은 서울에서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은 생활이었습니다. 편의점이 너무 멀다거나 하는 몇 가지 불편함을 빼면요. 전윤환 연출가의 이야기를 듣고 강화도에서의 거주를 상상해보던 뮤지션 최용수의 불안함은 더욱 구체화 되었습니다.
"인생의 전부를 대도시에서 살아온 나에게 편의점이 차로 20분 걸린다는 것은 적응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가장 자신이 없는 부분은 원래 그곳에 살고 계신 주민분들과 어떻게든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는 것."
- 뮤지션 최용수 코멘터리 중
"그런데 밤에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나. 편의점도 차로 이십 분 걸린대. 게다가 그곳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 최용수, 기왕이면 해피엔딩(Feat. 만쥬) 가사 중
강화도의 고인돌 사이로 최용수.
도시에서 살다 보면 시간을 내어 옆집에 방문하거나 동네에서 마주치는 분들에게 소리 내 인사를 건네는 일이 점점 줄어들죠. 하지만 강화도에서는 우리 집 텃밭에서 기른 고구마를 나눠주면 건넛집 카페에서 디저트로 만들어 되돌려 주는 일도 더러 있었죠. 이웃과 목적 없이 소통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색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평생 살아왔던 지역에서 벗어나 분위기가 사뭇 다른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상상을 해보면 불안함이 매우 커지기 마련입니다. 끊임없는 불확실성과 불안함. 그래도 결국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뮤지션 최용수는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강화도에 이주해 살아가는 자전적 연극 '자연빵'의 이야기는 '기왕이면 해피엔딩'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바라보는 최용수.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에) 강화도에 와서 불안함을 겪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저는 미약하게나마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희망적인 미래를 담아 해피엔딩으로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