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엔 콜라겐이 충만하고 마음 속엔 질풍노도를 품고 있던 사춘기 시절, 그 시절 내 목소리가 기억나나요? 목소리와 몸의 변화를 겪으며 마음도 싱숭생숭했던 부끄러움이 많았고 여학생에게 바닥에 떨어진 지우개 좀 주워 달라는 간단한 부탁 조차 못하는 극소심한 학생이었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우리집 강아지 아롱이와 산책하는 걸 좋아했어요. 머릿 속을 가득 채웠던 공상과 그 때의 시선과 목소리. 지금은 어렴풋한 풍경으로만 남아있어요. 지금의 내가 10살의 나를 만난다면 꼭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