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과 매장 사이 좁은 길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웃으며 저마다의 바이브로 몸을 흔들고 있는 이곳은, 은평구에 위치한 증산종합시장이에요. 시장을 가득 메운 시끄러운 음악 소리 못지않게 사람들의 환호성도 절대 묻히지 않아요. 자세히 보면 20대 청년부터 시장 상인분들로 보이는 50~60대 아저씨들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어요.

에너지 넘치는 공연 현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공연하는 사람들도 멋지지만 음악에 몸을 맡기고 소리 지르며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아티스트와 관객이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소통하는 과정을 바라보며 '이 곳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표정이 콘텐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순댓국과 방앗간 앞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며 인근 가게의 아주머니도 나와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목마른 공연자를 위해 막걸리를 선물하기도 해요. 이 사람들은 다들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이곳에 모인 걸까요?

DJ들은 7080부터 뉴진스까지 끊임없이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음악을 선보였어요. 윤수일의 아파트가 로제의 APT와 만나며, 88 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부르며 마무리하는 시장 안에서 벌어진 뜻밖의 축제가 주는 여운은 길었어요.

시장 아지매로 분장한 밴드의 보컬부터, 록 공연에 헤드뱅잉을 하는 순댓국집 사장님까지 서로 뒤섞이지 않았던 존재들이 한데 모여 함께 노는 모습이 연출되었어요. 증산종합시장에서 매년 가을 2회째 개최 중인 증산메들리시장쑈는 서울이면서 시골 같은 서울시골 증산동의 대표 콘텐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2023년과 2024년 여름에서부터 가을까지, 무궁무진스튜디오가 은평문화재단과 함께한 지역문화 기획 매개자 양성사업 괄호열고( )괄호닫기 트랙2를 통해 은평 지역의 브랜드 운영자와 기획자, 예술가를 만날 수 있었어요. 건축가, 클럽 운영자, 로컬 브랜드 오너, 예술가들이 모였고 매주 한 번씩 모여 지역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나누는 대화 모임을 진행했어요.

서울의 외곽 북한산 능선 아래에 있는 초록색 지역이 많은 은평은 마치 서울이면서 시골 같은 오묘한 공간이라는 생각부터, 오래되고 유명한 막걸리 공장이 있다는 정보까지, 다양한 대화를 하던 중 만들어진 프로젝트 중 하나가 '증산메들리시장쑈' 였어요.

70년대 재래시장의 개성 있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시장 음식을 맛보든 공연 콘텐츠를 맛있게 즐길 수 있다면? 이라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실행되었을 때, 이상한데 재미있고 왠지 힙한 모습들이 연출되었어요.

일상적인 시장 공간을 공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시장 옥상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며, 장비를 나르고 현장을 기록하고, 관객들의 안전을 관리하며 현장에서도 각자의 역할들을 찾아나가면서 동료애가 생긴 것 같아요. 

서로의 재능과 자원을 공유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이런 순간들은 참 재미있고 의미 있어요.

무궁무진스튜디오와 은평문화재단이 함께 만드는 '괄호열고( )괄호닫기'는 지역의 문화 기획자와 매개자를 양성하는 교육 사업을 어떻게 하면 실행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되, 사람이라는 자원을 남길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함께 하며 만들어 온 프로젝트예요.

기획을 시작하려는 초심자와 지역에서 이미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창작자나 운영자들을 만나 지역을 위한 의미있는 움직임을 만들 수 있음에 감사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 만나는 시장 사람들, 프로그램 참여자들, 함께 힘을 보태주시는 가게 사장님들, 재단의 사업 담당자이지만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멤버로 불리고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정성스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지영까지!

언제나 사람이 시작이고 끝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