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불광천을 중심으로 지역의 예술가와 기획자, 브랜드 운영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은평이세계페스타>가 개최되었어요. 빛도 볕도 좋은 완연한 가을 날씨 덕분에 많은 주민들이 찾아주셨어요. 축제 전날엔 불광천 인근 바 ‘헤븐’에서 뮤직 프로듀서 이오와 친구들의 공연이 벌어지며 ‘은평이세계’의 시작을 알렸어요.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작업 체험부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은 차 문화를 전파하는 부스, 즉석 시를 창작해 음료와 함께 선물하는 특별한 가게, 영험한 기운을 풍기는 타로술사까지 불광천의 한 다리 그늘을 중심으로 작지만 소중한 동네 축제가 벌어졌어요.

동네 술집 ‘즈믄’에서는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은평의 창작자들이 운영하는 일일 식당이 오픈되었어요. 행사장의 뽑기를 통해 불광천 변의 다양한 식당과 카페들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이 발급되었어요.

훌라댄스 공연과 아프리카 음악 공연팀이 이어지고, 불광천 물길을 따라 주민들과 함께 행렬을 이뤄 증산메들리시장쑈가 진행되는 증산종합시장으로 축제가 이어졌어요. 일상에서 늘 지나던 다리 밑에서 시작한 소소한 축제가 천변을 따라 이어지고 행사장에서 뽑은 뽑기 쿠폰을 통해 주변 상점들로 주민들의 발걸음이 연결되는 움직임이 만들어졌어요.

유명한 연예인이 누가 오는 지, 얼마나 많은 예산을 들여서 그럴싸한 분위기를 연출했는 지 보다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주체들이 모여 행위를 통해 어떤 질문을 던지는 지에 대한 의미를 알아주는 시선이 있다면 우리 동네는 더 멋진 '이세계'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지역의 자원과 멤버들의 재능을 모아 만든 이 작은 축제가 은평에서의 큰 흐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은평에 작업실을 둔 음악 프로듀서 이오와 영상 감독 시무, 지역에서 디자인 브랜드 에브리데이위켄드를 운영 중인 몽잉, 건축가 선주,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의 놀이터 엔젤리즘을 운영하는 윤중, 사라지는 것들을 디자인과 연결된 활동으로 아카이브 하는 그룹 깃발옆차기, 무궁무진스튜디오 아리와 호미, 그리고 은평문화재단의 지영까지. 은평만의 바이브를 담은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했어요.

축제가 약 한 달 반 남짓 남은 9월 초에 만난 기획단 멤버들은 서로의 작업실을 방문하기도 하고 그동안의 작업 내용을 공유하며 멤버들이 가진 자원과 재능을 바탕으로 실현할 수 있는 소규모 축제의 방향성을 잡기로 했어요.

재개발 이슈로 텅 비어 가는 증산동 일대의 오래된 간판들을 기록자의 시선으로 찾아가며 수집한 디자인 그룹 ‘깃발옆차기’는 적지 않은 세월 주민들의 일상의 풍경을 지켰던 사라져 버릴 간판들을 모아 ‘은평이세계’만의 키 디자인을 도출했어요.

깃발옆차기의 포스터 디자인이 나온 후에는 음악 프로듀서 이오와 영상 감독 시무가 축제 홍보를 위한 감각적인 티저 영상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었어요.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뽑기 쿠폰 아이디어를 낸 몽잉은 부스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당일 부스 운영을 위한 디테일을 챙겨주었어요.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작업을 고민하며 공연팀을 섭외하고 퍼레이드의 동선을 기획한 선주는 처음 해보는 축제 기획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현장에서는 깃발을 든 기수로 사람들을 이끄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어 주었죠.

작년 증산메들리시장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내 무대 공간을 업그레이드하고 마을 어르신 공연팀도 함께 참여하는 공연으로 만든 ‘윤중’은 증산동의 마당발로 함께 축제에 함께 할 동네 가게와 사람들을 주선해 주었어요. 불광천에서 증산종합시장까지 이어진 ‘은평이세계페스타’가 마지막 공연에서 ‘저세상 텐션’으로 폭발할 수 있도록 남녀노소 어떤 세대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아티스트들을 모아주었죠.

이 짧은 시간, 이 작은 시도가 도대체 어떤 방향성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해 만든 ‘은평이세계페스타’ 익숙한 동네에서의 낯선 움직임을 만들고자 한 기획단 멤버들의 고민이 계속 이어지고 발전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은평이세계페스타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은평이세계페스타 인스타그램을 확인해보세요! 기획단 멤버들의 참여 소감을 담은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어요.

반복되는 일상에서 직접 만들어 나가고 싶은 ‘이세계’가 님은 있나요? 그럼 주변에서 함께 자원과 재능을 나눌 동료를 구해보세요!